거센 바람에 등 떠 밀려 내려온 선자령
일 시 : 2017. 12. 16
참 가 : 아찌랑 나랑
코 스 : 대관령휴게소- 양떼목장울타리- 계곡길- 초소광장- 매봉갈림길- 정상-KT중계소- 굿당- 대관령휴게소
한달전 망월사의 마지막 단풍산행 후 눈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선자령이 가고 싶어 아찌랑 둘이 집을 나섰다.
선자령은 겨울 눈산행지로도 유명하지만 야생화 산행지로도 찾고 싶은 곳이었다.
오랜만의 휴일에 컨디션이 좋치 않아 편한 산행지를 고르느라 선자령을 왔는데 선자령은 바람의 언덕이었다.
언제나 멈춰있는 바람개비 같던 풍차가 오늘은 열심히 돌아 가고 있다. 아래를 지날때는 공포감도 들고..
산 전체를 싸고 도는 바람소리는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듯 모두를 날려버릴 기세로 휘몰아 친다.
내 체격이 무게가 꽤 나가는데도 바람에 밀려 다리에 힘을 주고 바람이 몰아지는 방향으로 날려가지 않으려 힘을 주면서 걸어야 할 정도다.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고 수은주는 곤두박질을 쳐서 영하 10도라 하지만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을듯 하다.
계곡길로 올라 KT중계소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 배낭에 매달아 놓은 카메라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가 오작동을 한다.
장갑을 끼고 셔터 누르기도 힘들지만 배터리가 얼었는지 사진찍기가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남겨볼까 하고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이미 방전상태 ㅠㅠ
아찌 스마트폰은 괜찮은데 내것은 오래되어 기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선자령 800m 남겨 놓은 공터에서 모여 사진찍고 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추위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곳이 탁트인 경치가 좋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차단기 넘어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향하는곳에 매봉갈림길이 있고 이곳에서 오르막을 오르면 정상인데 지금껏 올라오며 만난 바람은 애기바람이다. ㅋ
털모자를 뒤집어 썯는데도 불구하고 볼과 코는 시려오고 정상에서는 사진을 찍기 힘들정도로 거칠게 바람이 몰아 친다.
간신히 정상석 사진 남기고 나니 아찌가 능선길은 바람이 더 많이 부는데 올라온길로 내려갈까 하고 묻는데 나는 온길로 다시 내려가기 싫다고 능선길을 고집했다.
정말 선자령이 본때를 보여준다. 거친바람 해치고 kT중계소가 보이는 아스팔트길에서 중계소 사진한장 찍고 카메라가 얼어서 주머니에 집어 넣었는데 정작 중계소에서
굿당방향으로 하산하려 이정표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찾으니 주머니에 카메라가 없다. 분명 장갑낀 손으로 주머니에 쑥 집어 넣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다시 중계소 사진 찍었던 언덕까지 올라가 보았는데 없다. 주머니에서 딸어져 나왔으면 아스팔트길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났을거 같은데 흔적조차 없다.
속상하다. 오래전 백두산에서 올림프스 카메라 잃어버리고 새로 장만해서 손에 익숙한 니콘카메라인데 다시 새로운 기계를 손에 익혀야한다는 자체가 싫다.
오늘 사진은 아찌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이다.
굿당에서는 굿소리가 들린다. 너무 추워 구경할 엄두도 안난다 ㅎ
오늘 하산하면서 많은 백배킹팀을 만났는데 이렇게 추운데 집체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모습이 역시 젊음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진 찍은 이후 뒤로 내려오는 여러팀에게 혹시 카메라를 보았는가 물어 보았지만 못보았다고 한다.
아마도 망가진 잔재가 없는것으로 보아 올라가는 백배킹팀중에 누군가 습득한것이 아닐까...
주었다한들 찾아주기도 쉽지 않을터.. 가고 싶었던 선자령을 엄동설한 한파를 물리치고 잘 다녀왔는데 카메라를 잃어버려 정상 사진도 없네? ㅋ
오래써서 성능도 시원찮았는데 이참에 가볍고 화질 좋은것으로 개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