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김제 여행하던 날...

아 짐 2005. 8. 10. 11:53

 

세상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온통 안경색으로 보이겠지요

안경을 매일 쓰고있으면 피곤하지 않나요?

때로는 안경을 벗고 환한 세상을 보시지요..

 

작년 어느날 여행을 하고 싶어서 김제 여행을 떠났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망해사와

금산사를 다녀왔습니다

 

김제역에 내리니 덩그러니 혼자 버려진듯한 낯설음

길건너 버스 정류장이 보이길래 이사람 저사람한테 물어

망해사 가는 버스를 탔지요

 

곧 허수아비 축제가 열릴것이라는 플랭카드가 펄럭이고

넓디 넓은 먄경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더군요

거기 넓은 평야에 홀로 낮으막히 들어앉은 집한채

한폭의 그림같은 평화로운 모습이었지요

 


 

 

버스에서 내려서니 망해사 팻말이 보여 잠시 올라가니 탁 트인 바다를

안고있는 자그마한 절 망해사가 있었습니다

안전사고 방지용 파이프가 설치되어있는데

거기 기대어 우두커니 말없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두 남자가 승합차에서 내리더군요

 

같이서서 한 방향을 쳐다보고 바다구경을 했지요

"혼자 오셨나요" 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이요

"용감하시네요 혼자 여행을 다 하시고" 더러 혼자 해요

"식사는 했나요?" 아직이요

"진작 만났으면 같이 바지락 칼국수 먹으면 좋았을텐데..

우린 방금 먹고 올라온겁니다" 네~~

"다음 목적지는 어디세요?" 금산사를 가려고 해요

"여기서 교통이 좀 불편할텐데요 차가 자주 안다니거든요" 내려가서 기다려야지요

"저희가 모셔다 드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바쁜일도 없는데 기다려서 버스탈께요

"어짜피 저희도 내려갈텐데... "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우리가 도둑놈같이 보이세요?" 아니요 그렇치만 초면에 신세지고 싶지 않아서요

 

명함을 건네며 걱정하지 말라고하며 데려다 주겠다고하는데 걱정이 되더군요

아무도 없는곳에서 거절도 어렵고하여 동승을 하게 되었지요

한참을 가다 농협 마트앞에 차를 세우더니 음료수와 우유와 빵을 사가지고 오더군요

식사안해서 배고풀텐데 식사나 제대로하면서 여행하라며 나에게 건네더라구여

이걸 먹어 말어 잠시 망설였지요

모르는 사람 앞에서 빵 꾸역꾸역 먹기도 뭣해서 우유만 마시고 빵을 가방 속에 넣고

휴대폰은 손에 꼭 쥐고 잔뜩 쫄았더랬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겉으론 태연한척 연출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다음에 여행올때는 혼자오지 말고 친구도 데리고와서 전화하라고 하데요

친절하게 관광가이드 해주겠다고...

 


 

와중에 금산사에 도착했지요

덥다고 막대 하드도 사주고...

여행 잘 다녀 오라고하며 그들은 떠났습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난 절을 향하여 걸으며

사람과 사람의 불신이 얼마나 두터운가를 느꼈지요

 

금산사는 참 아름다운 절이었습니다

절만큼 아름다운 친절도 맛보았고요

우린 이 친절을 친절이라고 보지 못하지요

색안경을 끼고 나의 색으로 모든 세상을 판단하고...

 

내가 너무 사람을 잘 믿는다고 주변사람들에게 핀잔도 듣는편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못믿으면 어찌 살겠습니까

내가 믿어주면 그도 나를 그에 합당하게 대우하리라는 우직한 믿음이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부적절한 행동일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살겁니다...

 

돌아오는 길에 KTX를 타고 오는데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여행을 떠날때는 떠나는 설레임이있어 덜 지루한데

돌아오는 길은 멀고 지루하게 느껴지거든요

갈때 서울역 서점에서 차에서 읽으려고  달라이라마의 책 한권사서 만반에

준비를하고 떠났는데 사실 창밖 쳐다보느라 책은 몇자 안 읽었지요

올때도 책을 펼치니 글씨는 글씨일뿐 뭐를 읽는지 남는게 없어서 책장을 덮고

어두워진 창에 비친 내모습과 간간이 비치는 불빛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승무원 아저씨가 옆 자리에 앉아 어디 갔다 오세요하며 인사를 하네요

 

진짜 심심하던 차에 아저씨와 KTX의 불편한점에 대해 성토를하며 왔지요

새마을보다 자리가 불편하다는둥

좌석이 너무 좁다는둥

일행이있을때 좌석 회전이 안된다는둥

역주행 좌석이있어서 승무원과 손님이 알려주지 않았다고 싸우더라는 얘기하며..

아저씨는 이제서 사용할 기차를 벌써 10여년 전에 구입을 해놔서

벌써 기차가 고물이 되었다고 행정을 비판하더라구여

 

기차는 서울역을 향해 다가가고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ㅎㅎ

저녁을 사줄테니 기다리겠느냐고...

아니에요 그냥 갈께요

플랫홈에 여행자는 내리고 빈 기차는 불을 밝힌채 차고지로 향했습니다

 

김제에서 만난 아저씨들하며 승무원 아저씨하며

난 다른 시선으로 보고싶지 않아요

세상사는 따뜻한 맘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고싶어요

이런 나의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지청구 많이 듣습니다

 

그래도 난 여전히 이렇게 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