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꽃
김종태
처음 너를 만났을 때
참 감동이었다
날렵하고 아담하고 참하고 청초하고
뭐 대충 기타 등등
네가 피는 철이면 산자락마다 온통 너 너 너
솔직히 너무 흔했다
이름을 배우는데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웬 종류가 그리 많은지
안다고 하면 또 다르고
하나 알았다 하면 또 그게 아니고
이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차츰 너를 보면 고개를 돌렸다
한 20년 흘러 사진파일을 보다가 깜작 놀랐다
네 사진이 열댓 장도 안 되고
너는 이미 가마득히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개>자가 붙어서 개 취급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네 앞에만 서면 나는 말문이 콱 막혔다
그냥 그러려니 할 것을
다 모르면 어떠나
대충 알아도 그게 어딘데
자꾸 만나고 부딪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게 참맛이거늘
꼭 그 애 같은 개별꽃을 보면 나는 참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