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주리봉에서..07. 04. 11
깽깽이풀
김종태
이른 봄 남보다 먼저
이슬에 세수하고
바람결에 머리칼 가다듬고
돋는 햇살에 얼굴 매만져
오직 님에게만 보이고자
한껏 멋을 냈어요
연보랏빛 속마음을
아무리 펴 보이려 애를 써도
끝내 다 펴지 못 했고
한가슴 속 샛노랑 꿈만
하늘 보란 듯 두 팔 벌려도
일찍 피는 죄는 실바람에도
외톨로 떨어야 하나봐요
늦동이 널푸른 잎사귀 사이
가녀린 꽃대 위에 접시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지쳐
이젠 한 방울 눈물 대신
꽃잎 뚝뚝 떨어집니다
못다한 한 마디
모난 응어리 품고
초록 알갱이로만
봄을 또 기다리며
모질게 영글어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