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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깽깽이풀

by 아 짐 2008. 5. 2.

둥주리봉에서..07. 04. 11

 

깽깽이풀


                               김종태


   이른 봄 남보다 먼저

   이슬에 세수하고

   바람결에 머리칼 가다듬고

   돋는 햇살에 얼굴 매만져

   오직 님에게만 보이고자

   한껏 멋을 냈어요

   연보랏빛 속마음을

   아무리 펴 보이려 애를 써도

   끝내 다 펴지 못 했고

   한가슴 속 샛노랑 꿈만

   하늘 보란 듯 두 팔 벌려도

   일찍 피는 죄는 실바람에도

   외톨로 떨어야 하나봐요

   늦동이 널푸른 잎사귀 사이

   가녀린 꽃대 위에 접시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지쳐

   이젠 한 방울 눈물 대신

   꽃잎 뚝뚝 떨어집니다

   못다한 한 마디

   모난 응어리 품고

   초록 알갱이로만

   봄을 또 기다리며

   모질게 영글어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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