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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뚱딴지

by 아 짐 2008. 5. 15.

 

뚱딴지



활달하신 어머니는 밤이면

가끔 아버지에게 바가지를 긁었다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산다면서

벽을 보고 아무 말도 없는 아버지에게

벽창호라고 말하셨는데

벽창호라는 뚱딴지 같은 말이

그때는 무슨 말인지 통 감이 없었다



뚱하고 아무말이 없고 엉뚱하게 딴짓 잘하는 것

그런 성격을 뚱딴지라고 어렴풋이 알면서

세상에는 아버지 같은 사람들도 사는 걸 알았다

천리 그 깊은 속을 아직도 모르지만

아버지는 왜 어머니 앞에서 벽창호라는

뚱딴지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 말도  안 했을까?



아침에 뚱딴지 같은 말을 들었다

< 너 때문이야 >

뭐라고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늘에 대고 우물쭈물거리다가 말았다

이제야 아버지가 아무 말도 없었던 이유를 조금씩 알면서

아버지가 뒤뜰 담벼락에  열심히 심으시던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 뚱딴지의 그

노란 꽃잎과 멀쑥한 키가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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