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물봉선
물봉선
김종태
물봉선은 산골짝 습지에 산다
가냘픈 꽃자루에 매달려
올망졸망 더미더미 핀다
구월 하늘 아래
푸른 수풀 속에
붉은 보라 요정
수줍어 줄기마저 온통 붉고
고깔모자 꽃받침은 감겨져 있어
그 속에 무엇이 숨었는지
아직 본 사람이 없다
꽃은 꽃받침 위에 둥둥 떠있고
머리에는 단정히 나비 핀을 꽂았다
바람이 산들 불면
고갯짓에 맞추어 합창을 한다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산골짝이 무너지도록 노래를 부른다
나비가 깜짝 놀라 날아 간다
가만, 노래 소리에 놀란 것이 아니다
꿀을 따던 나비는 딱 벌린
죠스 아가리에 놀란 것이다
싱싱하고 날카로운 이빨
벌떡이는 아가미
목구멍 깊숙이 피로 물든 점 점
에구머니나
물봉선 2
김종태
숨겨라 구중궁궐 깊은 곳에
네 달콤한 꿀 한 보시기
그 꿀 한 보시기로 나를 꼬신다면야
기꺼이 고개 디밀고
사타구니 속까지 파고들어
한 방울도 남기지 않으리라
그런데 꿀 다 빼앗기면
너 어쩔래?
그때도 새빨간 웃음으로 나를 꼬실래
그러니 우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너나 나나 다 같은 늙은 청춘
우리 꿀 이야기는 아예 없었던 걸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