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초
김종태
뿌리 희고 꽃 희고
꽃 필 때 잎사귀 하애진다고
삼백초라고 부른단다
축축한 땅 속 알몸이라도
뻗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볼품없는 꽃 하얗기라도 해야지
조금이라도 눈에 잘 띄려고
꽃 근처 잎마저 표백시킨다
너스레라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엉너리인 줄 알면서도 너에게 잘보이고 싶어
밤새 궁리한 것이 죽을 궁리만 한다고
나는 네게 또 푼수짓을 했나 보다
네 영혼을 훔칠 수 없다면
네 마음을 휘저을 수 없다면
네 몸을 빼앗을 수 없다면
너에게 시간을 빼앗기거나
너에게 목숨을 바치는 것이 뭔 의미가 있으랴
나를 다 기억 못해도 좋다
내 희디흰 속사랑 다 잊어도 좋다
궁하면 약령시장에 가서 삼천원에 사가도 좋다
단지 네 가는 길 어디쯤에선가
삼백초 닮은 사람이 있었다고만 기억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