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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삼백초

by 아 짐 2008. 5. 23.

 

 

삼백초


                    김종태




뿌리 희고 꽃 희고

꽃 필 때 잎사귀 하애진다고

삼백초라고 부른단다


축축한 땅 속 알몸이라도

뻗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볼품없는 꽃 하얗기라도 해야지

조금이라도 눈에 잘 띄려고

꽃 근처 잎마저 표백시킨다


너스레라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엉너리인 줄 알면서도 너에게 잘보이고 싶어

밤새 궁리한 것이 죽을 궁리만 한다고

나는 네게 또 푼수짓을 했나 보다


네 영혼을 훔칠 수 없다면

네 마음을 휘저을 수 없다면

네 몸을 빼앗을 수 없다면

너에게 시간을 빼앗기거나

너에게 목숨을 바치는 것이 뭔 의미가 있으랴


나를 다 기억 못해도 좋다

내 희디흰 속사랑 다 잊어도 좋다

궁하면 약령시장에 가서 삼천원에 사가도 좋다

단지 네 가는 길  어디쯤에선가

삼백초 닮은 사람이 있었다고만 기억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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