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취 1
김종태
무정한 사람
내 몸만 뜯어 가고
다정한 사람
내 꽃만 좋다 하나요?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잎사귀부터 꽃잎까지
사랑부터 미움까지
몸부터 마음까지
그 모든 것이 다 나인 걸
여기까지 여태까지 있는 그대로
내 모든 것을 원할 수는 없나요?
참취 2
김종태
너는 이른 봄 향기가 좋다며
잎줄기 붉으스레한 취나물만 뜯는다
나는 꽃모양 참 특이하다며 가을 내내
참취꽃만 사진 찍으러 다닌다
너는 나물만 뜯지 꽃은 보지 못한다
나는 사진만 찍지 나물은 모른다
너는 참취꽃잎이 다섯장인지 여섯장인지 모른다
인터넷검색을 한다 해도 6-8장으로만 나온다
어떤 참취꽃잎은 네장이고 어떤 것은 아홉장짜리도 있단다
하긴 너는 참취꽃이 꽃마다 다 다르게 생긴 것을 알 리가 없다
코스모스처럼 꽃마다 다 생김새가 똑 같은 줄 안다
참취처럼 생긴 너를
참취꽃처럼 생긴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해봐라
그것 참 얼마나 웃기랴
웃기는 사랑 때문에 우는 나는
얼마나 더 웃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