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1
김종태
너무 긴 세월
무엇을 기다리는가
님이 아니라 내 스스로
또 다른 나를 기다리는가
너무 추운 세상
왜 기다리는가
아직도 이 땅 한구석에서
처절한 사랑을 찾으렴인가
거들떠도 아니 보고
이름조차도 기억 못 하며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이유마저도 당신은 모르는데
서리 허옇게 내리는 늦가을
보랏빛 향기 바람에 날릴 때
늦동이 꿀벌만 그 뜻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며 어루만져 달래네
향유 2
김종태
지금 몰랐으니 너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군둥내 나는 늦깎기의 늦사랑의 슬픔을
이왕 몰랐으니 행여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그런 사람 만났었다는 말조차 하지 마라
참 좋은 시절 다 가고 찬바람만 불어댈 때
산속을 홀로 지키는 향유의 향기처럼
혼자 그렇다고 발버둥치거나
혼자 아니라고 우겨서 무엇하랴
한때 아주 잠시 무엇에 홀린 듯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듯이 탐닉했던 열정도
석삼년도 채 되지 않아 식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아니라고 믿었던 죄이다
어머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나중에 길가에서 이렇게 스칠 일이 생기면
그때 가만히 기억해 내렴
네 몸에서 그때까지 내 향기가 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