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붓꽃
김종태
도리없다 이제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그 길이라면
많은 길 중에서
선택할 수 없던 길이었기에
이 길로 가야만 했다
너도 하릴없이 가던 길에
어쩌다 우리
어쩌면 잠시
두 길이 만났던 것뿐이었다
너처럼 나도
그 누구처럼 너도
이젠 서로 갈 길을 가야 한다
산비알 돌아서 고개 떨굴 때
티 하나 없던 너 같은 금붓꽃
그래, 우리 만났던 꼴은 남루했지만
마음만은 금붓꽃이었다고 또 자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