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
김종태
달랑 석자 낮은 키이지만
이래봐도 어엿한 키작은나무이다
푸를 청청 시원한 숲속 그늘
한여름 뜨거움도 다 잊었다
내 마음 하나면 되겠지
세상 사람들이 뭐라도 말하든
들은 척도 안하고 딴청으로
떳떳하게 하얀 꽃잎 피웠다
이 숲속에 태어난 이상
한 포기 늠름한 꽃으로
이 세상에 한껏 꿈을 펼치리라
시퍼런 꽃잎으로 얼굴색을 변했다
아! 이런게 사랑인가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니
훌쩍 스치는 바람결 그리고 그 목소리
언제부터인가 꽃잎 바알갛게 변한다
그게 아니었단다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었단다
그냥 그렇고 그런거란다
홀로 또 숲속에서 보랏빛으로 시든다
그럼 그렇지
다 그런거지 뭐
꿈도 사랑도 슬픔도 다 버리고
하얗게 시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