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접시꽃
접시꽃
김종태
훤출하고 끌밋한 당신의 자태에 놀랐습니다
담장에 눌려 꼬마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한두번 비 오고 눈여겨 보지 않는 사이
당신은 나보다도 더 커졌습니다
선선하고 드넓은 당신의 가슴에 놀랐습니다
조막손 언제 펴질까 기다렸는데 어느새
나들이 한번 하고 오니까 홀로
당신은 얼굴보다 환한 잎사귀를 뽑냅니다
꾸밈없고 막힘없는 당신의 얼굴에 놀랐습니다
새빨갛게 때론 새하얗게 어쩌다가 분홍 부끄러움으로
저리도 크고 썩썩하고 곱디고운 꽃잎인지요
당신의 마음을 닮은 듯 응어리가 확 풀립니다
언제나 늘 내 곁인 줄 알았습니다
소리 소문없이 그렇게 훌쩍 사그라질 줄 몰랐습니다
바빠서 하루 쳐다보지 않던 그 날
당신은 집착없이 도르르 말리더니
이내 뚝 떨어집니다
아! 그것이 당신의 사랑인 줄을 몰랐습니다
여름 내내 가을 내내 당신은 그리움 하나만으로
알알이 꽉 찬 씨앗을 영글고 있었습니다
내일을 약속하는 당신의 마지막 순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