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
김종태
네 예쁜 꽃이나 잎사귀는 제껴두고
까맣고 동그란 열매 하나 가지고
네 모든 것을 대신 부르냐고 따지겠지만
이름은 너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란다
네 이름 석자보다는
네가 무슨 꿈을 꾸고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거지발싸개 같은 이름이라도 한번 너를 기억하면
네 모든 것이 하나 둘 줄줄이 기억되지만
이름 석자 기억되지 못할 때
너는 늘 낯선 사람이란다
낯설기 그리고 이름알기
낯익히기 그리고 친구되기
쥐똥 때문에 네가 구겨지는 것이 아니라
네 이름 때문에 쥐똥이 향기로와지는 거란다
네 이름 한번 부르면 벌써
하루가 종일 네 향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