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김종태
뒤엉켜 살아야 서럽지 않아
제 원하는 곳 아니면 잡초라 뽑네
홀로 있는 잔디는 없어
홀로 불리는 이름도 없네
살았다 할 것 없던
처절한 뗏장의 추억을 안고
허리띠 졸라매고 이 악물면
내 한번 살아보리라 용솟음치네
가장 거친 땅에서도 살아나
밟힐수록 악착 메마를수록 등등
산다는 건 먼지라도 부등켜 잡아
흔들리지 않게 뿌리 내리는 것
떠도는 부평초 신세도 있었는데
한 줌 흙 한 떨기 빛이라면 만세
잔디밭 출입금지 황제대접
깊은 산 골패장 귀족대접
도시 잔디구장 영웅대접
공동묘지 산소 칙사대접
들판 뚝방 풀밭 서민대접
어쩌다 밭고랑 죽일놈 푸대접
길들여지는 사람만큼 기구한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