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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묵호 , 까맣게 잊은 기억들이 배회하는 바다

by 아 짐 2021. 7. 21.

1981년 10월 9일 묵호 밤바다를 찾았었다.  지금은 내 옆지기지만 그때는 일곱살이나 차이나는 23살의 처자와 30살의 남과 여가 서로의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어 동행을 했었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묵호에  살갑지도 않은 사이였는데 왜 동행을 했었는지..

아찌가 먼저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고 나는 나도 쫓아 가도 되느냐고 물었는데 아찌는 안됀다고 거절했다.

아찌는 머리속 정리를 해야 한다고 혼자 가겠다고.. 

혼자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는 나는 아무말 안하고 옆에 앉아만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동행을 허락 받았다.

늦은 저녁 막차 시간이 다가오자 아찌는 기차표를 끊어주며 혼자 서울로 가라했고 나는 혼자 기차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우기고 우겨 둘이 다시 서울로 중앙선을 타고 왔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게 되었다.

인연이라는것이 불현듯 다가오는 막지 못할 장마비 같은 느낌이다.

그때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거래처의 직원으로만 알고 가끔 생각나면 술한잔 할 수 있는 사이였을텐데 ㅋ

그때 아저씨라고 부른것이 지금도 나는 가끔은 아저씨라 부른다 ㅎ

 

묵호와 북평이 합해져 동해시가 탄생했다.  지자체에서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도 걱정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매스컴을 타는 논골담길과 묵호 등대전망대,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등 유명한곳이 많다.

논골담길은 초록봉 줄기에 있는데 원점회귀를 하다 보니 못갔는데 통영의 벽화골목과 같은 느낌의 마을일것이다.

이런곳은 남편보다는 친구와 함께 오면 더 좋을듯 하다.

어린왕자가 가리키는 계단을 올라가 본다.  계단이 엄청 가파르다.

 

초록봉 산행을 마치고 멀지 않은 묵호항 터미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싫다는 사람을 꼬드겨 주변 관광에 나섰다.

계단을 오르는데 계단에 묵호' 까맣게 잊은 기억들이 배회하는 바다란 글씨를 읽는 순간 결혼전 다녀갔던 묵호가 가슴속에 박힌다.  젊었을적에는 일생일대의 후회라고도 생각했는데 이제 같이 늙어 가는 처지가 되어보니 편안한 내 짝이란 위안이 생긴다.  변덕스러운듯도 하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살지 않을까?

 

명태와 오징어배가 만선을 이루던 묵호항이었는데 새벽에도 고깃배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네에 앉아 바다를 보는 여유로움이 좋다.  함께 발돋음을 해 그네에 몸을 맡겨도 보고..  아찌는 엄청 어색해 한다 ㅎ

 

여객터미널 안쪽에 울릉도로 출발하는 배도 보인다.  아직 미답지인데 좋은날 가려다 계속 미루게 된다.

 

등대와 출렁다리도 유명하던데 늦은것 같아 등대는 패스..

저곳에서 해양전망대를 갈 수 있는데 제일 관심이 가는건 하늘자전거인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아마도 못탈듯하다 ㅋ

 

땅거미 내리는 차분한 항구의 모습

 

어린왕자가 그려진 계단을 올라 마을길을 잠깐 둘러 보고 더위도 식히고 갈증 해소를 위해 물회를 먹으러 시장으로..

 

시장안이 먹거리가 풍성할것이라 생각했는데 주말인데도 조금 썰렁한 느낌이다.  

물회를 시켰더니 가자미물회가 나왔는데 내가 여태 먹어본 물회중에 제일 아니었다는..

 

시장을 나와 밝은 빛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는 방파제로 가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서 간다.

 

전망대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앞 계단식 테라스에 앉아 같이 박수치고 즐거운 시간을 갖었다.

거리두기는 철저히..

 

개인유튜브 촬영을 위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이제 저 빛이 화려한 해랑전망대로 간다.  해랑전망대는 무료.

위 스카이벨리는 유료.

 

도째비는 도깨비의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해양전망대는 도깨비를 모토로 삼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곳이 공동묘지가 있어 밤이면 도깨비불이 많아 도째비골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어두워 바다는 볼 수 없지만 해랑전망대의 조명이 아름답다.  중간 중간 투명발판이 있어 지나갈때는 스릴이 있다.

 

입구의 파란 터널은 도깨비굴로 들어간다는 표시라고..

 

스카리벨리 오름길은 바다를 형상화한 바다길이 특색이 있고 좌측의 사람얼굴 형상은 꺼먹바위의 모형이라고..

 

딛고 있는 쇠판 아래로는 바다가 보여 불안불안하다 ㅎ

 

올라가 보고 싶은데 아찌가 피곤하다고 싫다고..

 

도째비골 스카이벨리 구경을 마치고 이제 내일을 위해 휴식을.. 내일은 두타산 마천루길을 간다.

잠이 안와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다.  내일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에 더욱 잠은 달아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