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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성북동)에서 정릉(貞陵)으로..

by 아 짐 2007. 8. 17.

2007. 08. 17 

 

 

 

아침에 늦장을 부리다보니 산행도 귀찮아 지고 집에 우두커니 있자니 시간이 아깝고 어디를 갈까 궁리를 하다 북악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야 하고 안그러면 매시에 입장하는 대열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근처 북악산책로라도 가볼 요량으로

길상사를 택했다.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미아삼거리에서 4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한성대입구에서 내려 길상사로 가려면 몇번 출구로 나가야하는지 행인에게 물어 6번 출구로 나왔다. 밖은 그야말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을 반짝.. 이글거리고 있다

저만큼만 가면 된다는 저만큼은 도로 차량의 열기와 뜨거운 햇볕을 머리에 이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멀다

정수리가 뜨거워 신문지로 머리에 올려놓다 내리다 길상사 팻말이 보이는곳까지 가니 거기에 선잠단지가 있기에 기웃거리는것이 주특기인데 그냥 갈수 있나 고개 들이밀어 보니 잡초만 무성하고 터만 덩그렁하다

 

선잠단지 모퉁이를 끼고 오른쪽으로 길상사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다

중학교 다닐때 성북동 비둘기란  시를 대할때 성북동이란 동네를 서민적이고 애환이 서린 고즈넉한 마을 쯤으로 생각하며 괜시리 성북동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곳 내가 가는 성북동은 별천지였다.  서민들의 생활과는 격이 다른 높은 담장과 또는 높은 축대

위에 성처럼 견고하게 버티고있는 성역과도 같았다. 대기하고 있는 기사들은 뜨거운 날씨탓에 에어콘켜고 시동 걸어놓고 있으니 지나가는 나는 그 열기에 더욱 후꾼하다.

 

두리번 두리번 얼마나 가야 길상사가 보이는지.. 이곳은 대사관이 많은 동네인가보다

 

대사관 안내 표지 방향으로 담장 아래 그늘 찾아가며 10여분 더 오르니 길상사가 보인다. 앞에는 역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있고..

 

 

 

삼각산 길상사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곳이지만 요정정치가 명성을 날릴때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많이 드나들었을 대원각 요정자리..

주인인 김영한 보살이 법정 스님께 기증하여 지금의 절이 생겨났다고하니 궁금증이 절로 나던 곳이다. 사치와 환락의 자리가 참선과 침묵의 절로 탈바꿈이라니 정말 아이러니라 말하지 않을수 없다.

요정이란곳을 드라마에서나 볼뿐 실제로 가볼기회도 없고 서민들이 드나들곳도 못되고.. 하여 호기심이 나를 이 뜨거운날 여기까지 오게

하였을것이다

 

좋은 뜻으로 기증한 장소이니만큼 불교 발전에 기여는 물론이요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낮은곳의 누구에게나 동등한

자비를 배풀수 있는 아량과 사랑이 넘치는 도량으로 발전하길 일주문 앞에서 마음속으로 합장배례하며 조용히 문을 들어섰다

 

 

극락전에서는 바깥의 뜨거운 햇살과는 대조적으로 어둑한 그늘이 내려앉은 법당에 여러명의 불자들과 스님이 예불을 드리고 있다

까랑까랑한 스님의 불경소리가 마당에 울려퍼진다. 극락전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혹여 예불에 방해가 될까봐 먼발치에서 카메라 렌즈로 당겨 들여다 본다

 

스님들이 기거하시는 길상헌의 모습이다 

 

 

극락전 앞 뜨락에 피어있는 꽃들

 

범종각  -범종각 뒤 건물은 설법전

설법전 앞에는 카톨릭 신자인 최종태 교수가 법정스님께 길상사 개원할때 선사하셨다는 성모님을 닮은 관세음보살입상이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 풍토가 서로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분위기인데 불교와 카톨릭은 서로의 잔치에 초대하고 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 길상사 개원할때 김수환 추기경도 초청되어 다녀가셨다 하니..

 

극락전 올라가는 돌계단에 발만 올려놓고 감히 방해할 엄두가 안나 멀끄머니 바라다 본다. 내가 불자라면 뒷자리에 들어가 앉아 알아듣지 못하는 불경이라도 귀동냥할텐데 이방인이라 귀와 마음을 씻어내고 자리를 떠났다

현재 카톨릭신자이지만 신앙생활에 부지런하지못하여 냉담하고 있는중인데 종교와는 무관하게 불교에 관심이 많다

불교가 나와 맞는 종교인지 불당에 들어가 절하고 싶고 불당의 탱화에 관심도 가고 그냥 뭔가 알고싶은 그럼 마음이다

 

길상헌을 건너는 계류위의 다리

 

극락전 앞마당을 거치지 않고 옆으로 침묵의방과 길상선원으로 통하는 출입문이다. 아름답다. 요정에서 한복치맛자락 추스리며 지나가면

제격일 능소화 늘어진 아치형 출구이다

 

침묵의 집.. 이곳은 누구나 원하면 참선을 할수있다고..

 

길상선원 - 이뭣고 화두를 생각하는 참선의 방이다

 

선원의 맞은편쪽에 계단식 방가로처럼 생긴 스님들의 방 -저 굴뚝은 요정시절의 물건이지만 현재는 사용을 안한다고..

 

 

 

시주자 김영한 보살의 공덕비

내가 길상사를 왔을때는 이곳을 둘러보고 이곳과 연계된 북악산을 오를 예정이었는데 공덕비 뒤편의 등산로를 철책으로 막아놓았다

이곳으로 갈수없으니 뙈약볕의 북악스카이웨이 도로를 홀로 걷는 그기분.. 포기하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괜시리 틀어막아 놓았다고 절을 원망도 하면서.. 그런데 이건 절에만 책임전가를 할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 이용객들이 너무 지저분하게 이용을하여 막았다고하니 안봐도 비디오인데 누구를 원망하리.. 어느곳을 가나 쓰레기요 거기에 허연 휴지가 나뒹굴고..

 

 

일주문 처마의 모습

 

265년된 높이 12m의 느티나무  -이곳은 가을 단풍들때 오면 가장 아름다울듯 하다

 

새로이 건축한 지장전

아무데도 가지말고 길상사 나무그늘에 앉아 그냥 쉬고만 싶었다

자그마한 가방에 물한병 달랑 넣어 집떠난 방랑자한테 햇살은 너무나 가혹하다

무엇때문에 떠나야 하는지..

무엇을 얻으러 여행을 하는지..

뜨거운 햇살에 정수리가 근질거린다

통제당한 출로를 어디서 열어야하는지..

무작정 높은 담장과 뜨거운 도로를 이방인처럼 홀로 헤맨다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멧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랑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정 릉 *  

길상사를 나와 걷다보니 삼청터널과 북악산길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북악산길 이곳을 가야 산으로 들어가 시원하겠다는 생각에 이정표 만으로도 반갑다

하지만 길은 험난하다. 보행자를 위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자동차 도로 갓길을 한낮의 뙈약볕에 걸어야 하니까

 

삼청터널과 북악산길 가운데 표시되어있지 않은 길이 있길래 혹시 이곳이 산으로 가는길일까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막다른 길이고 끝은 어느나라대사관인지 정문이 아치형 대문에 안에는 우리네 정통가옥인 한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길이없어 되돌아 나와 걷나 만난 대사관의 후문이 있는곳인가 보다. 혹시 대사관이 아닌 개인가옥은 아닐까?  주체를 잘 모르겠다.

도로 양 옆으로도 몇개의 대사관이 또 있다. 인적도 없고 일반가정집보다 조금 규모가 크다고 할까 담장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있는 정도로 조용하다

 

드디어 북악산 산책길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종로구쪽에서 오신다는 아주머니 한분을 만나 집에가기 좋은 성북 방향의 산책로를 둘이 함께 걸었다. 이곳이 군사 작전도로이기 때문에 산으로 아무곳이나 내려갈수도 없고 군인들이 걸었던 그 길을 차량과 함께 그늘도 없는 길을 다시 걷게 된다. 숲으로 가다 도로를 걷다가 이어진다기에 아예 산책로를 포기하고 정릉으로 향했다

 

정릉 입구 마을에 있는 주민들이 아끼는 아름다운 주목이라고 잘 보아두란다

 

 

 

 

 

 

 

 

  

신덕왕후의 릉을 둘러보니 힘들다. 잔디밭옆 벤취에 누워 허리를 �히니 살것같다.

뜨거운날 산행도 하는데 산행보다 더 힘들다. 산속과 도심속의 차인인가..

  

능 옆 산책로에 작은 계곡에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긴다. 얼마나 시원할까..  

백운정 국궁장 표지석 

살며시 계단을 올라 대문으로 고개를 빼꿈히 내미니 연로하신 할아버기께서 들어오세요 하신다. 구경해도 되요? 하니 들어와 앉아서 구경하라고 친절히 말씀하신다. 멀리 과녁도 보이고.. 앞마당에는 산속임에도 대형 선풍기가 돌고 있다

 

 

과녁의 거리가 145m라고 하신다. 옆에서 구경을 하려니 다칠 염려가 있으니 뒤에서 구경하라고 하신다

다섯분이 5발을 차례대로 시위를 당기신다. 연세가 거하심에도 불구하고 팽팽한 시위를 당기실때는 청년과도 같다. 나도 내려놓으신 활의 줄을 슬며시 당겨보니 얼마나 탄탄한지 당겨지질 않는다. 마지막에 서신 아주머니는 마지막 시위를 당기고나서 줄에 튕겨 팔뚝을 맞았는데 많이 아파하셨다.  국궁장에는 회원모집도 하고 있다 . 가입비가 십만원..

 

 

 

 

정문에서 매점옆 정심약수에서 물한컵 먹고 백운정에 올랐다가 취선대 방향으로 들어가서 다시 정문으로 한바퀴 돌아 산책을 마친다

 

이 통로는 취선대 방향으로 안가고 곧장 정문으로 하산하는 코스

 

날씨가 좋아 북한산의 모습이 깔끔하다. 오늘 저곳이나 갈것을 괜시리 늦었다고 간단하게 산책하려던것이 더욱 힘든 여행길이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는데 힘들다고 오전을 허비하면 아무일도 되는것이 없다

힘은 들었지만 길상사와 항상 스쳐만 지나가던 정릉을 다녀온것이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점점 여름이 길어지는것 같다. 아름다운 봄과 가을은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벌써 가을의 전령 잠자리떼가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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