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김종태
나는 달개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갓진 구석에서
얼크러져 산다
지나쳐버리는 곳
버림받은 들판에서
모양새 없이 자유로이
거드름이나 꾸밈 없이
잡초라 잡초와 어우러져
한 목숨 열심히 산다
고운 눈길 반가운 손길
이제는 기다리지 않는다
버려진 이곳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다리랴
거친 땅 뒤덮고
오직 초록으로 자란다
공평한 햇살만 쏟아진다면야
나는 신이나 꽃을 피운다
겨우 세 장 꽃잎이지만
일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꽃을
정성으로 피워 낸다
땅에서 받은 사랑은
초록으로 땅에 갚고
하늘에서 받은 사랑은
쪽빛 꽃잎으로 하늘에 바친다
다만 내게도 꿈이 있다면
이 땅에 버려진
잡초 같은 존재에게
작디 작은 꽃술처럼
진노랑 희망으로
작은 미소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