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꽃
홍해리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시집『투명한 슬픔』1996)
다정가
이조년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三更-약 새벽 2시)일제
일지춘심을
자귀(새의 이름.두견새 .뻐꾹이 )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病)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