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바늘꽃
김종태
가만히 햇살에 비추어보면
너의 꿈처럼 내 마음도
연분홍이란다
가만히 네 숨소리 들어보면
내 마음처럼 네 소망도
연분홍이었구나
뾰족하게 날을 세운 바늘은
서로를 찌르기 위함이 아니란 걸
우리는 서로 빤히 알면서
모르는 체 시침떼기로 했나보다
도시 한복판에 찌들어 살아도
우리 길만은 깊은 산속 드넓은 풀밭
이룰 수 없는 것이 더 이상 의미없는 우리는
슬프지 않은 척 하늘을 보고 딴청 떨지만
나는 네 꿈을 들여다보고
너는 내 욕망을 들여다보고
멋적은 듯 씨익 웃지만서도
우리는 마음이 넉넉한 꽃동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