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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해국

by 아 짐 2008. 5. 27.

 

해국



                      김종태



바다가 너무 멀어서 너를 보려면 날을 잡아야 한다

가까운 바다도 있지만 여기 바다에는 네가 없다

바람 모질게 불고 하역을 기다리는 배들만 지키는 바다

그 바다 깎아지른 바위 틈에 너는 늘 웅크리고 숨어 있다


너무 멀다

향기를 맡기도 멀고 만져볼 수도 없다

가까이 볼 수도 없다

늘 저만치 떨어져서 혼자만 피고 있다


건너뛸 수 없는 그 거리

해국은 거기서 그렇게 피고

나는 바위 이쪽 여기서

마음으로만 그 향기를 맡아야 한다


해국이 있겠지

거기 그렇게 피어 있겠지

바람 찬 바닷가 바위 저편 틈바구니에

아마 그렇게 피어 있을거야


해국은 이렇게 마음속으로만 볼 일이다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로 가면 안 된다

함께 느낄 수 없고 함께 섞일 수 없다면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없다면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에 가서는 안 된다


세상을 다 얻든지

세상을 다 잃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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