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타리
김종태
나는 이래요
당신을 맞이하는 내 몸
당신을 기다리는 내 마음
당신이 가버린 뒤 내 꿈
당신도 이렇겠죠?
나를 떠나가는 그 마음
나를 잊어가는 그 세월
나를 떠올리는 그 추억
그래도 우리 꿈은 영글었어요
아담하고 동글동글 주렁 주러렁
근데 눈으로만 보아야 해요
먹을 수도 없고
만지면 쭈그러져요
하늘타리 2
김종태
그녀는 오늘도 넌지시
바짓단을 잡네요
겨우내 단벌 후줄근한 겹바지
꼬제제한 바짓단을 하얀 손으로 잡네요
하늘타리꽃 그 가녀린 손가락으로
하늘을 못다 헹구던 그 전설
먹지도 못하는 동그란 박
대롱대롱 늦가을까지 산골을 지키다가
어느 틈에 뚝 떨어져 잊혀진 사랑처럼
언제 그녀도 이 바짓단 잊을까요
베란다에 딩굴던 하늘타리박
한겨울 잘 버티더니
몸져 눕던 아내 일어나더니
제일 먼저 베란다 청소를 하더라
겨울 동안 딩굴 땐 거들떠도 안 보더니
보기 싫다고 냉큼 치워버렸다
박씨 얻어내 여기저기 뿌릴려고 했는데
바짓단 잡던 그녀처럼
이제는 단 둘이만 아는 역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