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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하늘타리

by 아 짐 2008. 5. 27.

 

 

하늘타리

 


                       김종태


   나는 이래요

   당신을 맞이하는 내 몸

   당신을 기다리는 내 마음

   당신이 가버린 뒤 내 꿈


   당신도 이렇겠죠?

   나를 떠나가는 그 마음

   나를 잊어가는 그 세월

   나를 떠올리는 그 추억


   그래도 우리 꿈은 영글었어요

   아담하고 동글동글 주렁 주러렁

   근데 눈으로만 보아야 해요

   먹을 수도 없고

   만지면 쭈그러져요

 

 



    하늘타리 2


                           김종태


   그녀는 오늘도 넌지시

   바짓단을 잡네요

   겨우내 단벌 후줄근한 겹바지

   꼬제제한 바짓단을 하얀 손으로 잡네요

   하늘타리꽃 그 가녀린 손가락으로

   하늘을 못다 헹구던 그 전설

   먹지도 못하는 동그란 박

   대롱대롱 늦가을까지 산골을 지키다가

   어느 틈에 뚝 떨어져 잊혀진 사랑처럼

   언제 그녀도 이 바짓단 잊을까요


   베란다에 딩굴던 하늘타리박

   한겨울 잘 버티더니

   몸져 눕던 아내 일어나더니

   제일 먼저 베란다 청소를 하더라

   겨울 동안 딩굴 땐 거들떠도 안 보더니

   보기 싫다고 냉큼 치워버렸다

   박씨 얻어내 여기저기 뿌릴려고 했는데

   바짓단 잡던 그녀처럼

   이제는 단 둘이만 아는 역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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