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김종태
바다가 너무 멀어서 너를 보려면 날을 잡아야 한다
가까운 바다도 있지만 여기 바다에는 네가 없다
바람 모질게 불고 하역을 기다리는 배들만 지키는 바다
그 바다 깎아지른 바위 틈에 너는 늘 웅크리고 숨어 있다
너무 멀다
향기를 맡기도 멀고 만져볼 수도 없다
가까이 볼 수도 없다
늘 저만치 떨어져서 혼자만 피고 있다
건너뛸 수 없는 그 거리
해국은 거기서 그렇게 피고
나는 바위 이쪽 여기서
마음으로만 그 향기를 맡아야 한다
해국이 있겠지
거기 그렇게 피어 있겠지
바람 찬 바닷가 바위 저편 틈바구니에
아마 그렇게 피어 있을거야
해국은 이렇게 마음속으로만 볼 일이다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로 가면 안 된다
함께 느낄 수 없고 함께 섞일 수 없다면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없다면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에 가서는 안 된다
세상을 다 얻든지
세상을 다 잃고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