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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울

남산

by 아 짐 2006. 4. 26.

근무 시간에 쫓기다 보니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어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 얼굴 잊어버리겠다 언제 한번 보자"

항상 전화하면 하는 멘트지만 정말 보고 싶어졌다

사람들과 동떨어져 나 홀로인듯한 외로움이 밀려들고 있던터여서인지..

 

 

그럼 우리 내일 아침에 만나서 남산에 갈까?

항상 서울역에서 내리면 남산을 올려다 본다

하루가 다르게 산은 울긋불긋 물들며 유혹을 한다

언젠가 내가 저기 울굿불긋 꽃대궐 속에 잠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기때문에..

 

"어디서 만날까?"

"서울역 앞 시계탑 앞에서 9시 30분에 만나자"

둘은 흔쾌히 서로의 그리움 처럼 오래된 친구처럼 그렇게 약속을 했다

 

햇살이 눈부시고 양지바른 곳에는 노숙자들이 널부러져 일광욕을 하고 있다

역시나 지각대장인 나는 십여분 늦게 아무렇치도 않게 나타나

웃음으로 미안함을 때운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난지 몰랐노라고..

 

남대문 경찰서 옆으로 올라 힐튼호텔 앞길에서 계단을 올라 남산을 올랐다

햇볕은 따사롭지만 바람은 역시 아직은 춥다

따근한 커피가 생각난다

항상 남산에 오면 마시던 자판기 앞으로 찾아갔다

자판기는 고장나 있고 매점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일회용 커피잔에 타주겠노라고 한다

 

종이컵에 담긴 손에 닿는 따스함을 느끼며

김구선생 동상 앞 벤취에 앉아 차를 마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원에서 친구와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신다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면 너무 소박한 걸까?

 

 

 

오후에는 근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편안함의 미련을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올라가니 식물원이 보인다

몇번 와본 곳이지만 어찌 변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5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내가 너무 삭막한 건지 너무 무관심한것인지 별로 볼것도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소풍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그 아이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의 끊임없는 목소리.. 그 모습이 식물원의 나무들 보다 더 생동감이 넘친다

 

동물원의 원숭이 재롱을 잠깐 쳐다보며 점심 식사도 해야하기 때문에

굽이도는 순환도로를 무단횡단하며 후암동 방향으로 아쉬운 친구와의 데이트를 마쳤다

청국장 찌개로 점심식사를 하고 난 일터로 나가고

친구는 바람 맞으러 어디론가 또 떠나간다

봄은 바람같다

정체할수 없는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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