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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까마중

by 아 짐 2007. 10. 18.

 

 

 

까마중

                      김종태



   대문 밖에는 나가지도 않는다고

   동네 칭찬이 자자했어

   스물까지 숫보기로 키워온 꿈을

   까마중 꽃이 하얗게 뒤뜰을 덮던 날

   누이는 능말 부자집으로 꽃가마 탔지


   천생연분 어쩌구가 말짱 헛것이여

   중 중 까마중 새파란 알처렁

   새끼 졸졸이 남겨 놓고

   복도 많아라 순진한 누이

   울면서 또 가마 탔지


  

   배고프거든 마음이나 편해야지

   두억시니 몽니를 이십년 견디다

   버커리 되놓니 이젠 혼자 몸

   중 중 까마중을 올망졸밍 매 단 채


   올해도 담장에는 까마중이 지천이지

   입이 새까맣도록 까마중 따 먹었어

   까마중 잎으로 열손가락 싸매 주며,

   천만년 같이 살자던 띠앗머리는

   엎어지면 코닿을 곳인데

   내가 어떻하지?


   올해도 뒷뜰에는 까마중이 멍들어 가고

   울 밑 봉숭아는 손짓을 해도

   나는 모르네 까마중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네 봉숭아의 저 손짓

 

 

 


 까마중 2 

 

 

                             김종태

 

 

땟국물 자르르르 올망졸망 또래들

너댓명씩 몰려다니며  동네를 뒤집고 놀다가

깡보리밥 다 꺼지면 허기가 져서

까마중 맛있다고 따먹으며 속 채웠네

 

주렁주렁 많이도 달리던 까마중

한참을 따먹으면 속이 든든한데

입술은 온통 보랏빛으로 범벅이 되고

가끔씩은 배가 싸리싸리 아프다

 

한세월 훌쩍 그렇게 또 지나가고

천지가 몇번 개벽을 한 뒤

긴 장마 끝에 반짝이는 까마중 열매

오매 반가운 것 한웅큼 따서 입에 넣었겠다

 

뭔 맛이 이래!

퉤퉤퉤 아리고 떫고 시큰둥

세월이 바뀌다 보니 까마중도 변했구먼

가만 있자 근데 뭐가 바뀐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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