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김종태
대문 밖에는 나가지도 않는다고
동네 칭찬이 자자했어
스물까지 숫보기로 키워온 꿈을
까마중 꽃이 하얗게 뒤뜰을 덮던 날
누이는 능말 부자집으로 꽃가마 탔지
천생연분 어쩌구가 말짱 헛것이여
중 중 까마중 새파란 알처렁
새끼 졸졸이 남겨 놓고
복도 많아라 순진한 누이
울면서 또 가마 탔지
배고프거든 마음이나 편해야지
두억시니 몽니를 이십년 견디다
버커리 되놓니 이젠 혼자 몸
중 중 까마중을 올망졸밍 매 단 채
올해도 담장에는 까마중이 지천이지
입이 새까맣도록 까마중 따 먹었어
까마중 잎으로 열손가락 싸매 주며,
천만년 같이 살자던 띠앗머리는
엎어지면 코닿을 곳인데
내가 어떻하지?
올해도 뒷뜰에는 까마중이 멍들어 가고
울 밑 봉숭아는 손짓을 해도
나는 모르네 까마중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네 봉숭아의 저 손짓
까마중 2
김종태
땟국물 자르르르 올망졸망 또래들
너댓명씩 몰려다니며 동네를 뒤집고 놀다가
깡보리밥 다 꺼지면 허기가 져서
까마중 맛있다고 따먹으며 속 채웠네
주렁주렁 많이도 달리던 까마중
한참을 따먹으면 속이 든든한데
입술은 온통 보랏빛으로 범벅이 되고
가끔씩은 배가 싸리싸리 아프다
한세월 훌쩍 그렇게 또 지나가고
천지가 몇번 개벽을 한 뒤
긴 장마 끝에 반짝이는 까마중 열매
오매 반가운 것 한웅큼 따서 입에 넣었겠다
뭔 맛이 이래!
퉤퉤퉤 아리고 떫고 시큰둥
세월이 바뀌다 보니 까마중도 변했구먼
가만 있자 근데 뭐가 바뀐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