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대나물
감히 땅엣것이 어딜 함부로
서너 군데 줄기마다 끈끈이를 발라
기어야만 하는 철모르는 벌레
숱하게 죽였다
날아 다니는 것만을 꿈꾸어야 하는 내 유전
벌레야 너도 어쩔 수 없는 네 유전
벗어버릴 수 없는 그 유전의 죄값으로
또 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너를
나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운명은
달라붙어 말라죽는 줄 알면서
다가오는 너만은 용서하라
떠돌고 돌아 여기까지 흘러왔지만
나는 네 말처럼 천사가 아닌 천사표란다
날아 다니는 것들만 꿈꾸어야 하는
나는 서러운 천사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