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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고마리

by 아 짐 2007. 10. 18.

 

 

 

 

 고마리 1

 

                             김종태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죡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처럼 흘러간 사람을

 기다리다 못내 터져버려도

 행여 한 번 품은 마음이

 가실 줄이 있으랴

 큰 것만 찾는 눈에

 어찌 띄랴 이 작은

 숨은 정열

 

 

 


  고마리  2


                             김종태


 고만 만나자 한다

 만나면 괴롭다고 고만 만나자 한다

 잊지는 말고 한눈도 팔지 말고

 그냥 고만 만나자 한다

 들녘 개울가

 홀로 그리워 실바람에 떨 때

 화들짝 놀라던 알붐나비 그 반가움

 정도 지나치면 주체할 길 없던가

 외로와도 괴로와도 다 참고

 어제도 그제고 아닌 먼 옛날에

 만났던 사연이라 한켠에 접으며

 이제 고만 만나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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