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1
김종태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죡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처럼 흘러간 사람을
기다리다 못내 터져버려도
행여 한 번 품은 마음이
가실 줄이 있으랴
큰 것만 찾는 눈에
어찌 띄랴 이 작은
숨은 정열
고마리 2
김종태
고만 만나자 한다
만나면 괴롭다고 고만 만나자 한다
잊지는 말고 한눈도 팔지 말고
그냥 고만 만나자 한다
들녘 개울가
홀로 그리워 실바람에 떨 때
화들짝 놀라던 알붐나비 그 반가움
정도 지나치면 주체할 길 없던가
외로와도 괴로와도 다 참고
어제도 그제고 아닌 먼 옛날에
만났던 사연이라 한켠에 접으며
이제 고만 만나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