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김종태
난초는 술을 깨게 하고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한다는데
근심을 모두 잊어야 할 이들이
뒤척이며 돌아눕는 망우리
공동묘지 구석배기 드문드문
흩뿌려 피어난 원추리
그 곁에 앉아도 샘솟는 근심들
뒤숭숭한 세상을 내려다 보며
영혼들도 남겨진 미련을 못 버려
새소리 바람소리에도 돌아눕는데
얼기설기 대추나무 연 걸리듯
뒤엉킨 이승의 한 톨이야
산다는 건 어차피 죽고 살기
근심 두려워 삶이 구겨지리오
산바람에 원추리 가로 흔들리며
점잖게 한 수 가르쳐준다
어린이처럼 단순하게 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