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9. 01. 01
참 가 : 반더룽산악회
코 스 : 거림통제소- 세석대피소-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 장터목대피소- 유암폭포-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전국 어디서나 볼수있다는 기축년 새해의 일출을 보려고 일찌감치 산행 예약을 해놓았다.
오래전에 지리 종주를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노루목에서부터 별안간 체력이 떨어져 간신히 반야봉 올랐다 하산하겠다고하니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권유로 어찌어찌하여 벽소령에서 일박하고 다음날도 세월아 네월아 산행하며 뜨거운 여름날 간신히 세석에 도착하여 백무동계곡
으로 하산을 했던터라 이번에 거림에서 세석으로 올라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내심 반기며 예약을 했었는데 나는 왜 지리에만 들면
약해지고 흔들리는지.. 알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 초주검이 되어 돌아와야 했다.
버스멀미를 하는 편이라 앞좌석으로 예약을 해서 잘왔는데 거의 다와서 어찌나 구불거리며 가는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막상
들머리 거림에 도착했을때는 산행이 시작도 안했는데 다리가 아프고 머리는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오늘 산행 날샛다는 예감이 팍 꼳힌다. 그런들 밤새 달려와서 여기서 걍 돌아간다는것도 있을수 없는일.. 가는데가지 가보자하고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다.
거림공원지킴터 관리인이 이곳 지리산은 일출 2시간전과 일물2시간 이후에는 산행을 할수없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입산을 금지한다.
일출을 보려고 먼 서울에서 여기 산청까지 왔는데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데는 할말이 없다. 그러면 법대로하면 천왕봉 일출이고 뭐고 어찌
산정에서 볼수있다고 광고는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대형버스 2대에서 만반에 산행준비를 갖춘 산님들은 이유도 모른체 웅성거리며 왜그러는거야? 하며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늦으막히 운영자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관리소안에 들어가 무슨 서명을 하고 그러고나서야 통과를 시켜준다.
어떤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질긴 빽이 먹혔는 모양이다. 빽없는 놈은 산에도 맘대로 못가는 세상?
3시 40분 산행이 시작 되었다. 거림에서 세석으로..다시 장터목에서 천왕봉 올랐다 중산리로.. 산행예정시간 9시간
오후 2시까지 중산리 날머리 앞 용궁식당을 예약해 놓았으니 그곳으로 오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누가 가이드인지.. 많은 인원이 어둠속에
랜턴을 밝히고 조용히 걷기 시작한다.
계곡이 길긴하지만 그리 험하지는 않은데 도착했을때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계속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등로가 바위길이라 눈이
덮히기 시작하니 어느곳은 미끄럽고 올가갈수록 눈의 양도 많아진다. 일출 산행을 하겠다고 왔는데 아무래도 날이 샌것 같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많으니 그리 속도가 나지않아 편안히 산행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아프기 시작하던 다리가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
왜이러는지 연유를 모르겠다. 심한 운동을 한것도 아니고.. 요즘 산행할때 오름에 많이 강해져서 정말 산행하는 맛이 들어가고 있던터였는데.
눈이 제법 많이 왔다. 조금씩 여명이 비춰 랜턴이 없어도 시야에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늘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로했는데
이렇게 눈이 내려서는 아무래도 그른것 같다.
부연 여명속에 세석대피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을 얼마만에 다시 오는지 무척 반갑다. 그런데 몸 컨디션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완전 바닥이라는게 정말 유감천만한 일이다. 남들은 당일 종주도하던데.. 나도 할수있을거 같은데.. 종주는커녕 반쪽짜리 구간도 이렇게
헤매고있으니 정말 어의가 없다. 대피소는 일출을 보려고 일찌감치 산님들이 떠나가서 많이 비어있고 대부분 취사장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들도 일출은 글렀다고 생각하고 식사 준비를 하나보다.
나와 아찌는 평상시 산행때 별로 먹거리를 안가지고 다니는편이라 특별히 뭐 끓일것도없고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대피소로 들어가 잠시
쉬는데 이젠 한기가 몰려온다. 한번 몰려오기 시작하는 한기가 옷을 껴입었는데도 덜덜덜 전신을 흔들어 댄다.
별의별 생각이 순간에 스친다. 여기서 포기해야하나.. 그러면 어찌 하산하나.. 저체온증으로 위험에 처하는건 아닌가 등등..
엊그제 두류님의 블로그에서 14살먹은 아이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져서 구급대원이 운반하는데 40대의 산행하던 남성이 들것의 한쪽 귀퉁이를 같이 붙들고 운반하던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는데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접한터라 산에서의 체력관리가 절실한 마당에 내가 이렇게 널부러졌다는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며 걱정이 태산같이 쌓여만 간다. 어쩌나..
한 30여분을 방안에 들어가 누워있으니 한기는 조금 가셨지만 일어서니 도로 마찬가지..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수만 없는일..
몸을 추스리고 밖에 나오니 이미 해가 떠서 훤하게 날이 밝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눈꽃세상이다.
취사장에 들어가 뜨거운 물한컵 얻어 마시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배낭을 들쳐 매본다.
아찌는 걱정이다. 괜찮겠냐고.. 사실 안괜찮은데 나는 가보자고 말한다. 여기서 주저앉을수는 없지않은가. 저렇게 아름다운데..
장터목 대피소 방향으로..
현재기온이 영하18도라는데 바람까지 부니 얼굴이 제일 차갑다. 추위는 막상 걸으니 조금씩 사라지는데 걷는게 힘이 든다. 여기서 천왕봉을
가려면 몇개의 봉우리를 넘어야하는데 정말 까마득하다.
내가 고산증에 시달리는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지리에 왔을때도 지금과 비슷한 증상을 겪었는데 계절만 다를뿐 거의 같다고 보여진다. 다리가 아프고 호흡이 가쁘고 머리가 무겁고.. 난 이런것이 멀미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까? 설악은 아무렇치 않은데..
눈꽃터널.. 몸컨디션이 좋았다면 기쁜마음으로 날라다닐텐데 너무 아쉽다. 지금 내몸은 천근만근.. 간신히 올라가고 있다.
평지와 내리막은 그렇게 힘들진 않은데 오르막은 아주 호흡이 가빠져서 조금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촛대봉에 올라 바라보는 앞으로 가야할 능선길의 실체가 어찌 저리 아름다운지.. 단숨에 달려갈수있을거 같은데.. 그건 마음뿐..
천왕봉은 계속 구름모자를 썯다 벗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힘들어 죽겠는데 아찌는 사진찍어준다네 ㅎㅎ 이런 모자나 제대로 씌워주고 찍을것이지.. 완전 패잔병의 모습이다..
배낭도 진작에 아찌한테 넘겨주고 빈몸으로 걷는데도 이모양이다..
순간 회오리 바람이 눈보라를 일으킨다. 정신이 없다..
연하봉 가는길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계단같아 보인다.
어찌어찌 장터목에 도착했다. 눈이와서 일출은 놓쳤지만 경치는 너무나 아름답다. 사실 일출에 별 의미를 두진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을 볼수있다는것만으로 대만족..
장터목에서 아찌와 의논을 했다. 천왕봉까지 남은거리는 1.7Km이지만 체력을 생각해서 무리하지말고 이곳에서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너무나 아쉬운 결정이다. 그깟 1.7K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 내형편으로 아닌게 아닌듯하니..
하산길은 가파르긴하지만 그리 위험하다거나 하진 않다. 햇살이 따사롭다.
하산하며 올려다본 산의 모습이 마치 유럽의 여느산처럼 멋지지 않은가..
하산하는 계곡 5.3Km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난다. 점점 지쳐가고 있다. 왜이리 걷기가 싫은지..
힘들던 산행이 끝이 났다. 어딘가에 그저 주저앉고만 싶다. 2시까지 하산하라는 시간은 충분히 마출수있을것 같다.
각지에서 모인 119산악구조대 요원들이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따끈한 차를 대접하여 얻어 마시니 기운이 조금 생기는것 같다.
1시 50분 산행 종료
식당에 들어가니 비빔밥을 준다. 식사를 조금하고 한참을 후미그룹을 기다렸다. 이들은 조금 늦었어도 코스대로 다녀왔을텐데 생각하니
못간 구간이 못내 아쉽다. 좀더 힘을내볼것을.. 에이~~ 그 산이 어디가나? 담에 또 오지뭐.. 스스로 위로하며 씁씁한 마음으로 신년 초하루를
맞는다..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철 지리산 출입통제 안내 (0) | 2010.11.04 |
---|---|
[스크랩] KBS 1박2일팀도 다녀간 지리산 숲길(둘레길) 속으로... (0) | 2010.09.02 |
천왕봉1,915m(경남 함양)~ 대원사 (0) | 2010.05.17 |
삼신봉1,285m(경남 하동) (0) | 2009.09.14 |
지리산 뱀사골 (0) | 200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