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산행을 하려하니 코스를 멀리 잡지 못하고 지난번 갔던 코스 하루재넘어 백운산장 지나 위문에서 산성매표소 길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마음이 많이 꿀꿀한 날이다
비는 내리고 봄을 재촉하지만 내 마음의 봄은 언제나 오려는지...
봄은 누가 가져다 주는것도 아니고
나의 봄은 내가 만들어 가는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그것이 힘들다
멀기만 하다
아직 졸졸 거리는 돌틈에 숨어있는 얼음처럼 그렇게 녹아 내리기를 기다린다
안개가 짙어 인수봉도 백운대도 위문을 넘을때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약수암 지나 뒤를 돌아다 보았을때는 봉우리의 모습이 부연 모습으로 들어나고
백운대, 원효봉, 염초봉, 노적봉의 모습이 피곤한 몸에 산을 찾는 이의 피로를 풀어준다
산이 살아나고 있다
산이 시끌어워 지고 있다
얼어 잠잠하던 계곡의 졸졸거림이 비온뒤 봄을 제촉하며 시끄럽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나 (?)ㅎㅎ
한동안 추워 꽃샘추위 운운했지만 나무의 새싹은 파릇이 돋아나고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오늘은 위문에서 야생화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조금 빨랐는지
약수암 근처에서 만났다
점심 준비를 못했으니 김밥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만 노적봉 오르자고
자일까지 준비하여 땀을 쭉 흘리며 점심 준비를 해오셨다
아침도 못먹고 산에 늦으막히 오르니 배도 고프고 다리가 풀리는것 같다
맛나게 식사하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산성매표소를 향하여 내려갔다
계곡길을 지나자니 나무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내가 산이 시끄러워졌다고 했더니 야생화님은 산이 살아나는 거라고 웃으며 설명한다
작년 이맘때 북한산을 찾았을때 노란꽃을 난 산수유라고 벅벅 우겻는데
그것이 생강나무란다
바위는 물을 먹어 미끄럽고 거기 잘못딛어 죽~~ 미끄럽을 타 엉덩방아 한번 찧으니
엉덩이는 무사한데 짚은 오른손 어깨쭉지가 아프다
아무래도 오래가려는 모양이다
지난번 혼자 산행하며 군침 흘리던 막걸리 생각에 막걸리 한잔 걸치고 가자고 제안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감자전에 동동주 막걸리 마시고 귀가하니 술기운이 온몸을 휩싼다
이렇게라도 산을 다녀오니 좋다
내일이면 또 생의 아귀다툼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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