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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폭풍우 속에 천왕봉을 오르다

by 아 짐 2015. 6. 12.

 

일 시 : 2015. 06. 11

참 가 : 아찌랑 나랑

코 스 : 장터목산장- 세석봉- 천왕봉- 중봉- 써리봉- 치밭목대피소- 무재치교- 유평마을- 대원사- 삼장분소(버스정류장)

 

어제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 근심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일기예보에는 아침 6시부터라고 했지만 일찌감치 비가 시작되었다.

비만 오는것이 아니라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3시에 일어나기로 아찌랑 약속을 했는데 일어난들 움직일수가 없을것 같다.  다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옆에 산님 내외도 약속대로 3시에 일어나긴했지만 바깥 상황이 산행할수 없을정도인지라 다시 들어갔다 5시에 만나기로 했다.

 

5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아찌가 없다.  전화를 하니 몸이 많이 피곤한듯 하다. 

어찌되었든 밥부터 먹고 보자고 5시에 우리가 먼저 누룽지를 끓여 먹고 옆팀이 라면을 끓여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데 문밖의 상황은 비바람이

몰아쳐서 나갈 엄두가 안나는 상황이다.

옆 팀과 우리는 천황봉을 올랐다 대원사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이 날씨에 대원사까지 진행이 막막하다.

우리는 결정을 못하고 뭉기적 거리고 있고 옆팀은 대원사로 가겠다고 6시 조금 넘어 출발했다.  갈등이 심하다.

천왕봉 처음 올라보는것도 아니고 이 빗속에 올라가면 뭐하나 싶어 백무동으로 하산하자고 아찌랑 의논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다른 사람들 백무동으로 하산할때

우리도 같이 내려갈것을 하며 뒤늦은 후회도 해보았다. 후회를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긴다.  갑시다 .. 대원사로.. 아찌는 내가 힘들까봐 내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한다.

 

 

 

6시50분 번뇌를 떨치고 우중산행을 감행한다.  요즘 비가 너무 아깝게 오길래 2박을 해야하다보니 배낭에 들어갈 물건도 많아 아찌는 우의를 챙겼는데 나는 바람막이가

약간의 방수는 되니 그냥 맞고 가겠다고 우기며 안챙겼는데 보란듯이 퍼붓고 있다.  저녁에 매점에서 아쉬운데로 일회용 우의를 샀는데 아찌가 그걸 입고 고맙게도 아찌 우의는 나를 준다.  새로 사서 한번도 안입은것인데 ㅎ

백무동으로 하산 하던 다른 팀도 다시 올라오고 있다.  아무래도 천왕봉은 다녀와야지 그냥 가면 후회할것 같다고..

 

 

바위가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아 길은 괜찮은데 비바람이 몰아치니 감당하기가 힘들다.

 

 

지리산의 명물 제석봉을 이렇게 밖에 볼수 없음이 안타깝다.

 

 

 

 

제석봉 전망대. 가야 볼것이 없으니 통과

 

 

 

 

 

 

 

 

 

 

통천문. 카메라 사용하기가 힘들다.  연신 닦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천왕봉에 오니 먼저 출발한 같이 밥먹던 팀이 아직도 이곳에 있다.  어찌된일인가 물으니 대원사 가는 길을 못찾아 헤매고 있었다고 한다.  큰일이다.

초행길을 비바람속에 가겠다고 강행한것이 무모한건지 용감한건지..

할수없이 동행한다. 여자분이 발이 너무 느려 자꾸 기다려야 한다. 아찌가 너 초보일때 생각해서 기다려 주라고 한다. ㅋ

 

 

바람이 너무나 거칠어 정상에 올라왔으나 서있기조차 힘들다.

 

 

이 정상석 사진을 찍으려면 아래로 조금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서 최대한 멀리서 찍은건데 이렇게 나왔다.

처음 산행 계획이 어긋나더니 결국 마지막까지 이렇게 마루리가 되고 만다.  화대종주는 다음기회에 다시 도전..

 

 

대원사 이정표가 천왕봉에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와야 있는데 초행자는 내려가는 길이라고는 중산리 길 밖에 안보이니 갈팡질팡하게 된것 같다.

 

 

 

 

 

 

내가 먼저 올라오면 아찌는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금마타리와 두루미꽃

 

 

 

 

후미를 기다리며 찍어 보았다. 

 

 

 

 

바람이 조금 잦아 들었다. 비도 가늘어 지고..

 

 

후미가 안보여 기다리는중

 

 

써리봉

 

 

장터목, 천왕봉 3.9Km 대원사까지 13.4Km 버스정류장인 삼장분소까지 걸으면 오늘 산행이 약 15Km 정도 되겠군..

 

 

멋진 조망처도 올라야 소용이 없다.  이제 위험구간은 없을듯 하여 먼저 하산을 한다.

 

 

 

 

 

 

10시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찌는 샘터로 물보충하러 가고 나혼자 안에 들어가 보았으나 매점 문은 닫혀있고 인기척이 없고 조용하다.

혹시나 싶어 문을 두드려보니 안에서 네 ~~ 대답을 한다.  필요한 물픔을 살 수 있는가 물으니 문도 안열어 보고 메뉴판을 보고 이야기 하라고 한다. 잠을 자나?

다른 대피소에는 컵라면이 없는데 이곳은 컵라면이 있다.  컵라면 두개를 주문해서 물을 부어 놓고 달콤한 양갱도 하나 사서 먹고..

이곳은 컵라면에 물도 부어 준다.  조금 있으니 청년 한명이 내려 온다.  남녀 두사람 못봤느가 물으니 뒤에 오고 있다고 한다.  안심이다.

모두들 컵라면을 시켜 추위를 따스한 국물에 떨쳐 내고 부부팀이 신세를 졌다고 커피를 사주겠다고 한다.

이곳은 커피를 직접 갈아 끓여주는데 맛이 깔끔하다.  깔끔한 머그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맛이 은은하다.

주인장이 젊은 총각 커피한잔 하실런가? 물으니 청년은 아니라고 한다.  아들같아서 내가 커피가 많다고 덜어주니 잘 마신다.

청년과 부부팀은 먼저 나갔는데 부부팀은 중간에 추월하고 학생은 안보이더니 막바지에 만나서 계속 터미널까지 함께 동행했다.

 

 

 

 

 

 

 

 

 

 

참나무에서 나는 버섯은 식용이라고 하던데 무슨 버섯인지 모르겠다.

 

 

무재치기교

 

 

새재 갈림길

 

 

 

 

아직도 안개비는 계속 내리고 산자락에 안개는 걷힐줄을 모른다.

 

 

 

 

 

 

 

 

피나물과 비슷하여 혼돈하기 쉬운데 이것은 매미꽃 같다. 피나물은 지금 시기도 지났고..

 

 

 

 

 

 

산행은 끝이 났고 이제 계곡을 따라 대원사로 간다.

 

 

 

 

 

 

유평마을 입구

 

 

 

 

대원사 계곡이 크고 물이 맑아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도 국립공원이라 물놀이는 할 수 없다고..

 

 

 

 

 

청년과 함께 대원사 구경을 하기로 했다.

 

 

 방장산.  왜 이곳에 방장산이란 이름을 썼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리산을 방장산, 두류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래전에 이 코스로 왔을때는 유평리에서 봉고차를 대절해서 내려와 도로가 이렇게 먼줄 몰랐는데 유평리에서 버스주차장까지 꽤 걸어야 한다.

시외버스주차장에 내려가니 음식점에서 표를 팔고있고 2시50분 버스가 방금 떠나서 약 1시간을 기다려야해서 파전에 막걸리를 시켜 셋이 허기도 채우고 젊은 청년의

지리산 도전기도 들어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시50분 발 버스를 타고 진주로 가서 5시발 강남터미널행을 타고 귀가 했다.

예정했던대로 산행을 못해 조금 아쉽긴했지만 그대신 시간이 많아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며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더 늙기전에 도전해 보리라 생각하며 나섰던 지리산 산행에서 깨달은 바도 크다.  연세가 많으신 여자분들이 친구와 함께 또는 모임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고

있었다.  나는 아직 늙지 않았고 포기하기에 이르다는 사실이다. 조금더 천천히 가면 목적지에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