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9. 02. 15
참 가 : 나홀로
코 스 : 도봉역- 난향원- 무수골지킴터- 무수골- 원통사- 우이암- 인수천대한산장- 먹자골목
봄바람이 살랑대더니 느닷없이 기온이 떨여졌다. 그래도 차가운 바람에 봄기운이 돈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그리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동안 휴일이면 장거리 산행에 진을 뺐는데 내가 아무래도 이젠 못가려나보다
오늘도 소백산을 가기로 했는데 나설 자신이없어 아예 예약조차 안했다.
휴일 아침 간만에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니 한주의 밀린잠을 모두 청산한듯 개운하다.
아침을 먹고 치우고 벌써 12시다. 아찌가 산에 갈 기미가 안보인다. " 산에 안가요?" 물으니 심통맞게 안간다고 한다.
심술이야 왜났는지 모르겠고 그럼 나 혼자 다녀온다고 배낭에 사과하나 물한통 집어 넣고 집을 나선다.
도봉역에서 내려 무수골 잘 정비된 하천을 따라 2Km남짓 걷다보면 도심에서 쉽사리 볼수없는 농지를 보게 된다.
지금은 텅빈 밭이지만 봄이면 아롱이 다롱이 이곳에 꿈을 가꿀것이다.
성신여대 생활관인 난향별원.. 내가 성신여중 출신이라 1학년때인가 이곳 생활관에 다녀갔는데 벌써 얼마만의 세월이 흘렀는지..
이곳에 오려면 도봉동 성황당 앞에서 내려 한참을 왔었던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모두 변하여 옛 흔적은 마음속에서 조차 희미한데
생활관은 오랜세월 이곳에 있다. 내가 37회 졸업생이니까 올해 졸업생이 51회 정도 되려나?
우뚝한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모습
텃밭지나 뒤돌아본 신작로가 여느 시골의 마을 입구 같아 그림이 좋다. 건너편의 수락산도 얼굴을 내밀고..
난향원 옆 숲길은 그냥 걸어도 좋을듯.. 오늘은 산행이라기보다 소풍 나온거 처럼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다닐 작정이다.
인적이 드문 무수골지킴터에 일요일이라 안내인이 있다. 나도 저곳의 지도를 올려다 보고 우이암에서 우이동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무수골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한다. 조그마한 사찰 자현암은 조기 작은 다리를 건너서..바쁠것도 없으니 가서 참견좀 하고 가야지..
깔끔한 현대식 건물과 대웅전, 산식각, 불상 석탑, 석등 그래도 있을건 다 있다. 난 사찰이 이렇게 현대식인건 재미 없다.
자현암에서 나와 계곡을 걷는길이 기분 좋다. 봄이 오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춥다고 야단인데 이곳은 봄바람에 얼음이 녹아 계곡이
졸졸 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혼자 하는 산행이라 MP3 이어폰을 귀에 꼽고 2시의 데이트 박명수 코너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순간 내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후회를 했다. 매일 듣는 라디오때문에 자연의 노래소리를 귀를 막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른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맑고 투명한 계곡이 청명하게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경청해야 한다.
하얀 얼음 아래도 여지없이 졸졸졸...
철교 아래에도 졸졸졸..
등산로도 편하고 노랫소리도 듣고 가쁜한 차람의 산행길이 좋다.
무수골이 끝날즈음 원통사로 가는 등로가 별안간 가파라 지기 시작한다.
우이암과 어우러진 원통사 종각과 담장.. 산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절밖에서 쳐다보고 오름이 바뻤는데 오늘은 절안에 들어가 보려 한다.
청기와 지붕의 약수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샘터가 있던 자리에 청기와만 덜렁 남아있다.
절대의 진리는 모든것에 두루 통한다는 원통.. 신라 경문왕때 창건하여 여러번의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절인데 지금도 기와 불사를 하고 대웅전은 다시 공사중이다. 오래된 사찰인데도 묵은맛이 없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절마당에 들어서니 범종각 옆에서 한 보살님이 추운데 커피 마시고 가라고 산님들 한테 권한다. 그리고 기와불사에 참여해 달라고...
절마당 뒤편 나한전에 올라 본다. 커다란 바위 아래 굴속에 나한을 모셨다. 어둡고 꿉꿉하고.. 천연동굴을 넓히고 손질한거라고 한다.
절에서 나와 원통사 우측 등로를 따라 좌측 바윗길 능선으로 오른다.
오늘 산행을 워낙 늦게 시작하여 짧은 코스로 가려고 올라온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자운봉 방향은 길어질것 같아 우이암 뒤편
전망바위 아래 우회길로 들어 갔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우이암과 수락산, 불암산의 모습
상장 9봉인 왕관봉과 영봉, 북한산의 능선이 장쾌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 저곳으로 올라갔다. 위쪽은 더 가파르다. 잠시 주춤.. 혼자 뭐 이렇게까지..겁도 나고.. 에이 쩝.. 내려가자 ㅋㅋ 후퇴
안올라 가길 잘했어 하고 룰루랄라 내려오는데 이건 또 뭐시여? 가운데 저 줄이 팽팽한 줄이 아니라 아래로 쭉 늘어지고 휘청휘청하는것이
흐미~~ 이것도 은근 겁주네.. 스틱 아래로 던져놓고 발발 거리며 내려온다. 와케 줄이 흔들흔들 좌우로 움직이는지..
긴장해서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들.. 너무 소심해졌다.. 불쌍한지고..
원통사 아래로 내려서면 이곳 우회 탐방로를 이용할수가 있는데 우이암 위쪽으로 오르다보니 위험탐방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위험하다고하면 잘 안가는데 멋도 모르고 내려오다보니.. ㅎㅎ 바위 안올라가면 위험할것도 없는데.. 어쨌든 아까는 잠시 쫄았다.
오르락 내리락 몇번하니 벌써 날머리다. 2시 정각에 무수골탐방안내소 통과하여 이곳 4시반.. 놀매놀매 2시간 반 산행을 했다.
이렇게라도 바람을 맞아야 일주일이 편하다. 자꾸 개을러져서 집근처에서만 빙빙 돌려고하고 걱정이다. 무슨 계기가 있어야 다시 어디로든
튈텐데.. 다음주는 오대산 산행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엄청 잘세우는데 떠나지를 못하니.. ㅋㅋ
늦으막히 아침 먹고 1시경에 나와 김밥 한줄 사가지고 산에 왔는데 그나마도 안먹었다. 물도 그대로.. 과일도 그대로.. 혼자 다니면서 뭘
먹는다는것이 힘들다. 배고프다.. 집에가며 시장에서 바지락과 칼국수 재료 사다 푸짐하게 한냄비 끓여서 포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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